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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에 잠시 한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 사온 책 중 한 권이다. 과학철학 입문서를 표방하는 책인데, 내용 자체도 지나치게 어렵지 않고 깔끔한 편이다. 저자의 블랙 유머가 중간중간 가미되는 편인데, 너무 대충 읽으면 본뜻을 정 반대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으니(...) 읽으면서 그 점에만 유의하면 될 것이다. 다음 내용은 책 본문 중 '지적 설계론'에 관한 언급을 한 내용이 있어 공유하고자 옮겨 보았다. 요약하자면, 역시나 지적설계론은 증거 없이 추론만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게으른 논증에 불과하다는 얘기.




진화 생물학 교과서에는 자세한 수학적 원리가 바탕이 된 방대한 체계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다양한 진화 원인의 영향 아래서 개체군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유전 변형이 일어나는 과정과 종 내 개체들이 다른 개체들 및 환경과 상호교류하는 방식에 대한 풍부한 실험적 자료가 이 체계를 보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종 분화", 즉 신생 종이 출현할 수 있는 조건과 함께 종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 과정을 자세히 기술한다. 이런 책에서는 자연선택이 야생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진화 과정이 지닌 상대적인 중요성에 대한 논쟁들도 접할 수 있는데 이는 꼼꼼한 실험에 근거한 것이다.


윌리엄 뎀스키와 마이클 비히가 지지하는 지적설계이론은 과학 이론을 자처하는데, 이 이론은 최소한 몇 가지 경우에 생물체가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지적 설계 관점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 비히는 편모(요동 모터처럼 생물체에 붙어 빙글빙글 도는 채찍 모양의 가는 실로, 어떤 종류의 박테리아는 이 편모로 인해 액체 배지에서 잘 돌아다닌다)가 자연선택 때문에 출현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그것이 지성을 가진 존재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것이 비히의 주장이다. 지적설계론자들은 편모 같은 데서 드러나는 유기체의 적응이 특히 기독교의 신과 같은 특정 신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말을 피해 왔다. 이들은 보통 이 지적인 존재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 대신 우주를 돌보는 어떤 지적인 존재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적설계이론은 어떻게 자연선택론을 반박하는가? "다윈의 블랙박스"라는 자신의 책에서 비히는 박테리아 편모가 많은 다른 특징과 더불어 그가 말하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편모의 일부가 제거되거나 변형되면 편모의 운동 자체에 부분 장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의 생존과 번식에 무용한 신체 기관이 된다. 편모의 전반적인 운동이 너무나 정교하게 짜여 있으므로 일부분이라도 장애가 생기면 제대로 된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데 엄청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비히에 의하면, 자연선택론자들은 처음에 단순했던 특징들이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 복잡한 특징으로 바뀐다고 여긴다. 그런데 일부가 제거되거나 변형되었을 때 전반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물 기관이 존재한다면, 다시 말해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한" 기관을 실제로 발견하게 된다면, 그런 기관이 점진적인 발전 때문에 생긴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비히의 주장이다. 즉, 비히는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한 기관의 존재가 자연선택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비히에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편모가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일부만 남은 편모가 회전 운동은 하지 않지만, 단백질 독소를 다른 세포에 전달해준다는 면에서 여전히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중에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와 편모가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 자연 선택론과 양립할 수 없다는 비히의 입장은 틀렸다. 그는 오랜 시간 점진적인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등장한 생물체의 기관이 처음에는 엉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기관의 경우 일부가 제거되거나 변형되는 일이 자주 있어도 전반적인 기능에는 거의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자연선택을 통해 전반적인 효율성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부분들이 점진적으로 제거되어 나가다가 더 제거되거나 변형될 경우 기능 자체가 안되는 시점에 이르면 마침내 "환원 불가능하게 복잡한" 기관이 나타나는데, 이때 점진적인 과정을 통한 이 기관의 출현을 자연선택 이론은 충분히 설명해낼 수 있다. 물론, 비히 입장에서는 편모가 실제로 이렇게 출현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비판을 할 수 있다. 단순한 시작에서 점진적으로 세련되어진다는 가정이 전적으로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의 지적설계이론이 편모의 존재를 자연선택론이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런 무리한 반대 주장은 사실 허구 상황을 통해 대략 설명하는 것으로 아주 쉽게 반박이 된다.


좀 양보해서 자연선택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물학적 기관이 있다는 비히의 주장이 바르다고 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비히는 그것을 규명해내지 못하고 다만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만 보여줄 뿐이다. 그렇다면 지적설계이론이 편모의 존재를 설명해 준다는 입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적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편모의 특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명확하게 하기는 힘들다. 내가 독자 여러분에게 "화성에 지능적인 설계자들이 산다"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내가 독자 여러분에게 이 설계자들이 얼마나 지능이 뛰어난지, 몸집은 얼마나 큰지, 얼마나 게으른 존재인지, 얼마나 협조적인 존재인지, 어떤 경제적 급선무를 지녔는지, 또 어떤 자원을 이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주기 전까지는 이 존재가 어떤 것을 설계할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같은 이치로 지적설계이론이 박테리아의 편모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할 수 있으려면 그 지적 설계자가 지녀야 할 기구와 능력, 설계의 개요, 계획을 시행하고 개선하는 방식, 그리고 쓸 수 있는 자재물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유기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등장하는지 진화론자들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적설계론자들은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생물학자들은 진화 과정에 대해 추정만 하고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유전 변형률과 자연선택론의 강점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가정을 세운 뒤 추정한 내용을 직접 실험해본다. 이와 달리 지적설계론자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설계자가 어떤 존재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가정을 실험대에 올리지도 않는다. 바로 이런 차이로 인해 유기체 세계의 변화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강력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반면, 지적설계이론은 그 빈약한 증거 자료로 인해 헛웃음을 자아낼 뿐이다.


어떤 면에서 지적설계이론은 진화 생물학에 상반되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지적설계론자와 진화생물학자는 편모와 같은 기관이 형성된 과정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 하지만 지적설계이론이 "위협적인" 경쟁이론이 되려면, 다시 말해 강력한 증거 자료를 갖춘 이론이 되려면, 진화 생물학처럼 종분화와 생물체의 적응에 대해 철저한 실험에서 나온 자료가 바탕이 된 강력한 이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적설계론자들이 과학자라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설계 과정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교과서를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 설계 과정이 외부 요인에 의해 위협받고도 또 언제 외부 요인을 극복하는가?" "이 이론에서 제시하는 지능적인 설계자의 본성은 무엇이며 그 설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는가?" "상충하는 설계명세서를 접했을 때 설계자는 보통 어떻게 하는가?" 우리는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설계론자들이 해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우리의 기대는 채워지지 않는다. 대신에 설계론자들은 우리 손에 생물체 세계의 목록, 그것도 엄청나게 긴 목록을 쥐어주면서, 생물체 체계가 자연선택론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말만 할 뿐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이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 팀 르윈스, "과학한다, 고로 철학한다" 2장: 그런 것도 과학인가 中 '증거와 지적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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