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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열린연단 주최 강연 시리즈 중 2017년 7월 15일에 열렸던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에 관한 강연이 있어 여기에도 공유하고자 한다. 1부 강연은 이준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2부 토론은 조은희 조선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가 진행한다.


문화의 안과 밖 강연 시리즈: 2017 계승과 변화를 거듭해온 인류 지성사에 대한 성찰


이준호 교수는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인용한다. “지금부터 500년, 또는 1000년 후에 현대 생물학의 두 개의 랜드마크를 꼽는다면 하나는 1859년의 『종의 기원』이고 다른 하나는 1953년의 DNA 구조 논문이다.” 그 같은 선정 이유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다윈(Charles Darwin)은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철학의 정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고의 전환을 이끈 데서,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은 “유전 물질로서의 DNA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분자’ 생물학 시대”를 열게 한 데서 각각의 혁명적 역할을 발견한다. 그러나 “하나를 알고 나면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 생물학을 공부하는 가장 큰 보람이라며 겸허한 도전을 촉구한다.


1부: 강연 -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준호: "똑같은 장면을 보고서 우리는 전혀 다른 질문 두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왜'라는 질문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생물학에서도 크게 두 가지의 질문을 할 수 있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라고 하는 것은, 저희는 메커니즘 또는 기전이란 표현을 쓰는데요, 어떻게 작동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으로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현상, 원인을 찾는 겁니다. 근접해 있는 원인을 찾는 경우를 우리는 '어떻게' 질문에 대한 것으로 연결시킵니다. '왜'라는 질문은 궁극적으로, 결국 진화로 연결되는 겁니다. 진화에서 생존으로 선택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으로 귀결하는 질문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 현대 생물학에서 계속 풀어왔던, 분자생물학의 입장에서 풀어왔던 질문들은 거의 대부분 '어떻게'의 질문입니다. 그런데 21세기에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이 합쳐져서 융합되는 시대에 다시 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양립하고 있다가 이제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물어볼 수 있는 도구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때에 왔습니다."


2부: 토론 - 조은희 조선대 생물교육과 교수



이덕환(사회): "우리가 유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 유전에 직접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기술들이 늘어나면서 우리가 커져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중략)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완성된 형식은 아니겠지만, 하여간 사회적으로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그런 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참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일방적인 반대, 일방적인 거부감, 일방적인 찬성이 너무 극단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은희: "19세기와 20세기는 연구 방법이 굉장히 바뀝니다. 즉 다윈이 그 시절에 썼던 방법이 있고 그 다음에 왓슨과 크릭이 새로 사용했던 방법들이 있는데 왜 그때 그런 방법들이 사용되었을까 하는 측면과 함께 그것 각자가 어떤 함의를 가지는가를 질문드리고 싶구요, 또 중요하게는, 우리가 유전자를 DNA 서열이라는 형태로 이해하고 있는데 그러면 그 유전자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그 DNA 서열을 정확하게, 또 전장 유전자 전체 서열을 다 결정할 수 있다 할 때 그것이 과연 우리의 미래나 사람의 형질을 예측하고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어디까지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등등 특히 발생학을 전공하시는 이준호 선생님이 보다 정확하게 해주실 수 있는 말씀이 많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2부 토론 마지막 부분 질의응답시간 중



Q: 이른바 창조과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이덕환): 2014년이라고 제가 기억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 과학위원회라는 게 있습니다. 거기의 검토를 거쳐서 진화론하고 빅뱅 이론은 과학 이론이고 성경의 창세기와 충돌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하느님은 무엇이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요술지팡이를 가진 마술사가 아니다, 이렇게 선언을 했습니다. 적어도 가톨릭의 해석에서는 진화론이 성경 해석하고 충돌하지 않는다고 정리가 된 셈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개신교에서는 그게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거고, 미국 대법원에서도 진화론은 과학 이론이고 창조론은 종교적 신념이다, 그래서 공립 학교에서는 창조론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판결을 했습니다. 미국 ‘과학원’이죠, ‘Academy of Sciences’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 오늘 여기서 들으셨던 이런 진화론의 진짜 핵심 과학적인 부분들,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찾아보기 어렵구요, 진화론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 해석하는 진화사회학, 진화심리학, 온갖 아류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의 활동들이 너무 다양한 것 아닌가, 그래서 정작 진화론의 핵심은 다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과학계가 굉장히 난처한 부분이 저희가 어떤 연구를 해서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의 확대 해석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연구자들이 뜻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자의적으로 막 해석을 해갖고 그걸 가지고 연구자를 공격을 하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됩니다. 진화론의 응용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경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것을 진화론이 설명해 주는 것처럼 그렇게 얘기하는데, 진짜 다윈의 해석 그리고 왓슨의 DNA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한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그렇게 다양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과학자들은 그게 명백한,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틀 안에서는 신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겁니다. 그 정도로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너무 막 대단한, 세상의 모든 것을 해석해주는 이론으로 과장을 해버리면 모든 사람들이 다 불편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진화가 발전이 아니다, 진보가 아니다’라는 얘기를 꽤 오래 전부터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진화론은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상당히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게 오해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경계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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